2019년 3월의 슬럼프를 회고함

2주 동안 주간 회고를 쉬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바빴다.
(핑계긴 하지만) 강의도 듣고 숙제도 하고 회사는 회사대로 바쁘고 컨디션도 안좋았고…
두번째 주에는 슬럼프가 왔다(고 생각한다). 원인은 강의 과제인 사다리타기 만들기였다.
강의를 통해서 OOP, TDD를 배우는데 객체지향이라는게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코드에 적용하기가 개인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가끔 어려운걸 넘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꾸 하면서 내가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더 나은 코드는 잘 안떠오르고
사다리 전에 다른 과제도 힘들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뭐가 문제지?,
2주동안 놀았나?, 빨리 해서 리뷰요청해야되는데
맘은 급하고 되진않고 혼란만 커지고 코드를 어느정도 만들고 맘에 안들어서 뒤엎고를 여러번 했다.
너무 맘에 안드는데 시간은 자꾸 흐르고 근데 하면 또 맘에 안들고 하니까 나중되니 하기가 싫더라.
그래서 주말동안 뭘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고…
오늘에서야 깨달았는데 이게 슬럼프가 아닐까 싶다.


운동 경기 따위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발췌)

나는 슬럼프를 믿지 않았다. 핑계라고 생각했다.
괜히 열심히 안하는 사람들이 대는 핑계라고 생각했고
이전에도 이런 슬럼프는 있었지만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의 경험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크게 다가왔던건 지금 수강하고 있는 강의가 나의 개발의 터닝포인트가 될 강의라 생각하고 88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저하지 않고 투자했는데 이꼴이 났기 때문이다…
(나이가 아홉수라 그런지 요즘 괜히 감성적인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놈이 될 건가 싶기도 하고 자기비하적인 생각들도 많이 나고
아침에 영어학원 다니는 것을 때려치고 올인하거나 아님 내가 지금 과정을 때려치거나의 극단적인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런 생각은 했지만 사실 둘 다 놓치기 싫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분야이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학원을 가는 길, 학원 끝나고 일과 시작전에 강남역을 크게 한바퀴 돌면서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솔직히 답은 찾질 못했는데 속은 후련해졌다.

뭔가 이번에 저를 좀 더 알게된 것 같다라고 해야대나
걍 무조건 열심히 하면 답인줄 알았는데 요령껏 열심히 해야겠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령은 아직 모르겠는데 그래도 뭔가 맘이 좀 가벼워진거 같네요.

(오늘 지인과 카톡을 한 내용중에 일부인데 답은 몰라도 맘은 후련했다.)


개인적으로 슬럼프가 올때 이를 극복하려고 애쓰거나 너무 고민하는 것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이겨야할 대상이 아닌 나를 좀 더 알게되는 그런 과정으로서 받아들인다면 좀 더 현명하게 슬럼프를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상황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구나. 또 좀 무력해지는구나. 근데 ~~를 하니까 좀 더 기운이 나는 것 같고 할 맘이 다시 생기네?
이런 식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이런식의 나의 감정에 대해 알아차리는데 둔했던 것 같다.
이번 슬럼프 덕분에 나를 좀 더 알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슬럼프는 나같은 범인이 위를 올려다 보고 욕심이 생긴다면 결국 오는 존재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슬럼프를 현명하게 대처 아니, 나를 좀 더 잘 알고있다면 슬럼프는 격한 운동 후 오는 근육통 쯤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프로그래밍을 이런 슬럼프 때문에 못한다는건 슬럼프가 온 것 보다 더욱 슬프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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